연방대법원, 무슬림 입국 제한 합헌 판결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26일 열린 반이민 행정명령 위헌 소송의 상고심 심리에서 무슬림이 다수인 5개국 국민에 대해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지난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대통령의 정당한 권한 행사"라며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지난해 9월까지 3차에 걸쳐 수정된 형태로 이슬람권 5개국(이란·예멘·리비아·소말리아·시리아) 출신자의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자 하와이 주정부가 종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헌법에 위배된다며 제기한 것으로, 하와이주 연방법원의 1심과 샌프란시스코의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의 항소심에서는 원고 승소 판결이 났었다. 원래 행정명령은 북한·베네수엘라·차드도 입국 금지 대상 국가에 포함됐으나 차드는 이후 제외됐고 북한과 베네수엘라는 하와이주가 제기한 소송에서 빠졌다. 이날 대법원 상고심에서 재판부가 하급심 판결을 뒤집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을 항소법원으로 파기 환송함에 따라, 앞으로 친이민과 반이민 진영 간에 더욱 격한 대립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은 온전히 대법관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렸다. 존 로버츠 주니어 대법원장과 새뮤얼 앨리토, 앤서니 케네디, 클래런스 토머스, 닐 고서치 등 보수 성향 5명은 다수 의견으로 합헌 의견을 냈으며,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소니아 소토마요르, 스티븐 브라이어, 엘레나 케이건 등 진보 성향 4명은 소수 의견으로 위헌 의견을 냈다. 주심인 로버츠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분야에서 국가 안보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헌법상 권한을 갖고 있으며, 행정명령은 국가 안보 측면에서 정당하다"고 밝혔다. 1심과 항소심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무슬림 차별 발언에 대해 판결문은 "우리는 대통령의 특정 발언뿐 아니라 대통령직 자체의 권위도 고려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반면 소수 의견을 낸 소토마요르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트위터 게시글 내용을 지적하며 "이러한 진술의 중대성을 자세히 생각해 봐야 한다. 대부분은 현직 대통령에 의해 말해지거나 쓰인 것"이라고 종교 차별로 봤다. 소토마요르 판사는 특히 이날 대법원의 결정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로 집단수용소에 감금하는 것을 용인했던 1944년 대법원 판결(Korematsu v. United States)과 별반 다르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이날 상징적으로 1944년 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직후 트위터 계정에 "대법원이 트럼프의 입국 금지(행정명령)를 인정했다. 와우(Wow)!"라고 환영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대법원은 미국의 국가 안보를 수호할 대통령의 분명한 권한을 인정했다"며 "미국 국민과 헌법의 대단한 승리"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과 이민단체들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결정을 규탄했다. 민권센터.뉴욕이민자연맹 등 뉴욕의 이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계속 맞서 싸워나갈 것을 다짐했다. 스티븐 최 뉴욕이민자연맹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대법원의 결정은 국가 안보라는 미명 하에 편견이 정책으로 집행되도록 하는 것으로 이 나라가 기초하고 있는 가치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박기수 기자 [email protected]